전 세계적으로 노인 인구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한국은 2017년부터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호주 역시 지난 40년간 출산율 감소와 인구 증가율 둔화 속에서 고령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 노인 케어와 부양 문제는 어느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사회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처럼 호주 지역사회 내에서도 노인 복지 서비스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집에서의 생활이나 돌봄이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양로원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한인을 포함한 아시안 어르신들의 경우 언어 장벽과 문화적 차이 때문에 호주 로컬 양로원 입주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 어려움이 존재한다.
따라서 전문적인 간병과 문화적 동질성을 갖춘 다문화 양로원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카스가 2023년 한인 거주 비율이 높은 혼스비 인근에 애스퀴스 양로원(Asquith RACF)을 개원한 것은 다문화 지역사회를 위해 매우 바람직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카스는 애스퀴스 양로원 이외에도 캠시에 양로원을 운영하고 있다.
애스퀴스 양로원은 아름다운 공원을 배경으로, 쇼핑센터와 대중교통 등 생활 편의시설이 갖춰진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건물 전체가 양로원에 최적화된 구조로 설계되어 개방감 있는 밝고 아늑한 공간을 제공하며, 직원들의 안전하고 세심한 보살핌 속에서 어르신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97개의 싱글룸에는 모두 개별 욕실이 마련돼 어르신들의 독립성을 보장한다. 또한 넓은 공동 라운지, 커뮤니티 홀, 식사 공간은 외부 조경 구역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거주자와 가족, 방문객, 직원 간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설계됐다. 여가와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넓은 액티비티 홀은 다양한 프로그램 참여를 가능하게 해 어르신들은 이 곳에서 서로 어울리며 활기찬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애스퀴스 양로원 바로 옆에는 독립 거주가 가능한 어르신들을 위한 11세대 규모의 ILU(Independent Living Unit)도 마련되어 있다. 양로원과 독립 유닛 모두 어르신들이 사회적 연결감과 소속감을 느끼며 생활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설계되었으며, 식사와 활동 등 모든 일상 영역에서 존중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애스퀴스 양로원에는 약 22명의 한인 어르신들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한편, 개원 후 2025년 4월 8일에는 애스퀴스 양로원 개원 이래 매우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김승희 화가가 작품을 기증하고 감사패를 전달받는 행사로, 1층 로비에서 진행된 이 자리에는 이미 입주해 있는 한인 어르신들과 직원들이 함께 했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나 하버브리지 등 지역 명소를 주제로 한국과 호주에서 여러 차례 작품 전시를 해온 김 화가는, 애스퀴스 시설의 개원을 기념함과 동시에 양로원의 첫 한인 입주자였으며 현재는 고인이 된 남편을 기리기 위해 두 점의 그림을 감사의 마음을 담아 기증했다.
고 이유섭 어르신은 오랜 기간 호주 로컬 양로원에서 지내며 언어 문제로 인해 자신의 불편함을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웠고, 서양식 음식을 포함한 문화적 차이로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를 알게 된 카스 양로원 측은 애스퀴스 양로원 개원과 함께 이유섭 어르신을 첫 입주자로 모셨고, 어르신은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국인 직원들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서 평온하게 생의 마지막을 보낼 수 있었다.
감사패 수여식에서 에이미 챈(Amy Chan) 애스퀴스 행정 매니저는 “이유섭 어르신이 애스퀴스로 옮겨 오실 당시 적절히 치료받지 못한 욕창이 감염으로 이어진 상태였다. 우리는 주치의와 긴밀히 협력하는 가운데 김 여사께 간병 계획을 투명하게 공유했다. 부부 간의 말없이 서로를 보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김 여사의 기증 작품을 통해 지금도 마치 그분이 곁에 계신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전했다.
기념식 이후 김 화가는 “남편은 호주 양로원에 계실 때 많이 힘들어하셨다. 애스퀴스 양로원에 입소한 뒤부터는 마음을 놓으셨고, 더 일찍 이곳에 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마지막을 한인 직원들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서 평온하게 맞이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또한 애스퀴스 양로원에서는 2025년 추석을 맞아 SBS 한국어 방송과 함께 특별한 명절 잔치를 준비했다. 이 행사는 어르신들에게 호주 생활 속 외로움을 달래주는 따뜻한 시간을 제공함과 동시에 양로원 입주 이후 처음 맞는 한국의 고유 명절을 기념하기 위한 자리였다. 한인 어르신들은 SBS 방송국 팀과 직원들, 그리고 함께 생활하는 입주자들과 함께 송편 등 전통 음식을 나누고, 아리랑 노랫가락과 윷놀이 등을 즐기며 한국의 명절 분위기를 풍성히 느낄 수 있었다.
남편과 함께 애스퀴스 양로원 1호 입주자인 신병순 할머니는 “다른 어르신들과 함께 한국 명절을 기억할 수 있어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인 어르신 전용 22실 중 남은 한 자리에 2025년 8월경 입주한 김흥준 할아버지는 “방문만 열면 또래 한인들이 있고 주변에 한인 직원들이 있어 안정감을 느낀다. 서로 옛날 이야기도 하고 오늘같은 날은 함께 고향 노래를 부르니 위로도 되고 즐겁다”며 “호주 로컬 양로원에 있었다면 언어 문제로 많이 불편했을 텐데, 이곳은 한인 직원이 많아 소통이 편하고 거의 불편함이 없다”고 말했다.
최미옥 라이프 오피서는 “한국 명절이나 문화 행사를 준비할 때 어르신들이 옛 기억을 떠올리며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면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면서
“부모 부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시안 문화 특성 때문에 자녀 분들이 처음에는 망설이다가도, 양로원을 직접 방문한 후에는 ‘정말 안심할 수 있는 곳’이라고 느끼신다. 한인 어르신들을 돌보는 한인 직원들을 포함, 약 100여 명의 직원이 최선을 다해 어르신들을 모시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스퀴스 양로원은 24시간 운영되며 일반 간호 서비스, 개인별 케어, 물리 치료, 레크리에이션 활동, 식사·세탁·청소 서비스 등이 제공된다. 직원들은 오전·오후·새벽 반으로 교대 근무하며 케어 직원과 RN 간호사가 상주한다.
호주 양로원 입주 자격은 65세 이상의 호주 시민 또는 영주권자로, 정부의 노인 복지 평가팀(ACAT)으로부터 양로원 입주(residential aged care services) 자격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신청은 My Aged Care 웹사이트 또는 My Aged Care(1800 200 422)에 연락해 진행할 수 있다.
준비해야 할 서류 중 가장 중요한 것은 Services Australia가 발급하는 ‘수입 및 자산 평가 결과(Income & Assets Assessment Outcome)’이다. 입소는 육체적 간병 필요 정도, 독립 활동 가능 여부, 카스 기여도 및 지역사회 공헌도, 재정 상황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평가 패널단이 객관적으로 결정한다.
한인 어르신들이 더 이상 집에서 거주가 어려운 상황이 될 경우, 한식 제공과 한국어 소통이 가능한 한국인 직원들이 있는 양로원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은 큰 다행이다. 카스 애스퀴스 양로원이 이국 땅에서 외롭고 육체적으로 연약한 어르신들에게 큰 위로가 되어주기를 기대한다.
사진 1: 별도 욕실이 마련된 싱글룸 모습.
사진 2: 본인이 기증한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승희 화가.
사진 3: SBS 한국어 방송과 함께 한 추석 행사에서 양로원 어르신들이 윷놀이를 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