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 시니어 그룹'.. 한인 어르신들의 따뜻한 쉼터
정부 지원 없이 오롯이 카스 지원으로 운영되는 그룹 중 하나
자원봉사자들 순수한 봉사와 열정으로 위로와 기쁨의 시간 제공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한국에서 오래 일해왔던 나는 결혼과 함께 호주로 이민 온 후에는 두 아이를 키우며 15년간이나 전업 주부로 살아왔다. 오랜 시간 가족을 돌보는 일의 울타리에서 지내다가 막내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나 역시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모색하게 되었다. 그 당시 세상과 다시 연결되기 위한 첫 걸음은 지역사회와의 만남이었다. 교회 봉사와 자선 여성 중창단 'Good Friends Ladies'에서의 활동은 내가 커뮤니티를 위해 기여할 수 있다는 보람과 기쁨을 깨닫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이후 커뮤니티 서비스 분야에 종사하는 친구 소개로 관련 분야 공부를 시작했고, 현재는 카스 노인복지팀(HAS)에서 품질관리(QA) 및 시니어 그룹 운영과 자원봉사자 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다 중요하고 소중한 일이지만 내가 진심을 다해 마음을 쏟는 일은 ‘늘봄 시니어 그룹’(이하 늘봄 그룹) 운영이다. 늘봄 그룹은 시드니에 거주하는 한인 어르신들을 위한 소셜 커뮤니티 프로그램으로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웨스트 라이드 카스 액티비티 홀에서 열린다.
늘봄 그룹을 포함한 여러 그룹들은 정부 도움없이, 오직 카스가 한인 어르신들을 위해 자체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소중한 프로그램이다. 특히 이 프로그램들은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의 진심 어린 노력과 헌신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면에서 그 가치는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늘봄 그룹의 프로그램은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여가 활동을 넘어 어르신들의 인지 능력과 신체 건강 증진, 그리고 더 나아가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깊은 고민과 노력 끝에 이뤄진 매우 수준 높은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모닝 체조를 시작으로 전문가가 진행하는 뮤직 테라피, 아트 크래프트 활동, 두뇌 자극 게임, 빙고, 그룹 게임 그리고 추억을 되살리는 가곡 배우기 시간 등이 있다.
늘봄 그룹의 자랑은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무엇보다 프로그램에 함께 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순수한 봉사의 마음과 그 열정을 꼽을 수 있겠다. 봉사자들은 각자의 전문성과 경험을 살려 더 유익하고 즐거운 활동을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프로그램 내용을 연구하고 자료를 찾는다. 최근에는 네일아트 전문가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해 어르신들에게 청년 시절로 돌아간 듯한 ‘선물같은 시간’을 선사했고 NSW Health와의 협업으로 진행한 건강 세미나를 통해서는 노년에 주의해야할 구체적인 건강 정보를 제공해 드렸다.
또 늘봄 그룹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바로 ‘식사’다. 역시 자원봉사자로 참여하시는 주방장 선생님은 매주 어르신들의 건강을 고려해 다양한 영양 식단을 직접 기획하고 조리한다. 화학 조미료는 사용하지 않고, 김치도 손수 직접 담그신다. 주방 보조 선생님들과의 협력도 탁월하다. 이렇게 준비된 따뜻한 식사는 단순한 한 끼를 넘어 어르신들에게 감동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통로가 된다.
이렇듯 늘봄 그룹의 운영은 자원봉사자들의 헌신 없이는 불가능하다. 자원봉사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어르신들과의 깊은 교감을 통해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간다. 매주 그룹을 찾는 어르신들 중에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 증세로 일상 생활이 어려운 분들도 많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안정을 느끼고 미소를 되찾는다.
특히 치매로 인해 음식 섭취와 보행이 어려운 어느 어르신의 사례는 늘봄 그룹이 차지하는 중요성과 그 의미를 매번 실감하게 된다. 이 어르신도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만 빠지지않고 매주 꾸준히 참석하시며, “늘봄 그룹은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줘서 기분이 좋아져!”라며 즐거워하신다. 매번 같은 자리를 기억하고 앉는 그 모습은 소셜 그룹이 어르신들의 인지 능력과 정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다.
물론 모든 운영이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활동인 만큼 예기치않은 크고 작은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인생사가 언제나 순조로울 수만은 없는 일이다. 쉽지않은 상황 속에서도 매주 금요일 아침 액티비티 홀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어르신들의 환한 미소와 따뜻한 눈빛을 만날 때마다 나와 자원봉사자들은 늘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또 어르신들과 ‘함께 함’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부모 형제가 한국에 있는 나에게 이 공동체는 정서적인 버팀목이면서 동시에 한 사람도 예외없이 우리 모두가 걸어가는 노년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앞으로도 늘봄 시니어 그룹은 단순한 데이케어 서비스를 넘어 시드니 한인 어르신들이 행복하고 건강한 노후를 보내실 수 있도록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과 세심한 배려로 다가갈 것이다. ‘늘봄’ 이라는 이름처럼 우리 어르신들의 삶에도 늘 따뜻한 봄이 깃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한편, 카스에는 늘봄 그룹을 포함, 메도뱅크 소셜 서포트 그룹(매주 월, Shepherds Community Centre), 라이드 누림(매주 화, West Ryde), 골든 클럽(매주 수, Marayong), 쏜리 소셜 서포트 그룹(매주 금, Thornleigh) 등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내용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 많이 있다. 이러한 그룹 활동은 단순한 모임을 넘어 이민 사회 속 어르신들에게 정서적 안정과 사회적 연결고리를 제공하는 소중한 장이다.
사진 1: 늘봄 그룹 포스터.
사진 2: 늘봄 그룹에서 자원봉사자들과 어르신들이 함께 하는 모습.
사진 3: 최근 네일아트 전문가들이 자원봉사로 예쁘게 손 단장을 해드렸다.